없는것빼고는다있는 전통장터 풍요로움에‘들썩들썩'
  • 우용원 기자
  • 승인 2014.11.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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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5대 전통시장 "남원 인월장"

             매주 토요일마다 주말 장터를 열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인월시장 모습
      사람들이 북적이는 모습
인월(引月). 달을 끌어 올린 마을이다.

인월의 지명은 고려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1380년 8월 왜구는 500척의 대선단으로 진포(지금의 충남 서천~금강 어귀)에 침입해 충청, 전라, 경상도를 휩쓸며 약탈, 방화, 살육을 저질렀다. 이때 시체가 산야를 덥고, 그들이 운반 중에 흘린 쌀이 길 위에 한자나 깔릴 지경이었다. 조정에서는 나세(羅世)를 상원수로, 최무선(崔茂宣)을 부원수로 왜적을 치도록 했다.

최무선이 만든 신무기인 화포를 처음 사용해 정박해 있는 적의 함선을 모두 불태우는 대승을 거뒀다. 선박이 소실당하고 퇴로를 잃은 왜구는 상주, 영동, 옥주 등지로 진출해 더욱 약탈을 자행했다. 9월에는 남원 운봉현을 방화하고, 인월역에 주둔하면서 한양으로 북상하겠다고 조정에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조정에서는 이성계 장군을 급파해 왜구를 토벌하도록 했다. 황산에서 왜구 첨병을 궤멸한 이성계 장군은 보름날 밤 달빛을 이용해 왜구 진지를 공격하기로 했다. 병사들이 저녁을 먹고 공격에 나서려는 순간 밝게 비추던 보름달이 갑자기 먹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이성계 장군을 수행하던 천문사가 지리산의 성모신에게 고사를 지내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해, 장군이 삼배를 마치는 순간 캄캄했던 황산골이 훤하게 밝아졌다. 그날 밤 이성계 장군은 왜구를 섬멸했다. 인월(引月)의 지명은 이렇게 탄생했다.

지리산둘레길이 지리산의 랜드마크라면 지리산둘레길의 랜드마크는 아마도 인월장일 것이다.
화개장터가 지리산의 남쪽을 대표하는 전통장이라면, 인월장은 지리산의 북쪽을 대표하는 5일장이다.
인월장과 화개장터는 비슷한 점이 많다. 지리산을 끼고 있고, 영호남 주민들이 서로 어울리는 공간이다. 그러나 인월장은 규모와 이용하는 주민 등 여러 면에서 화개장터를 능가한다. 지금도 3일과 5일에 서는 장날이면 5,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장터를 꽉 메운다.

지리산둘레길은 인월장에 또 다른 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지리산둘레길을 찾는 탐방객 85%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인월장을 꼽았다. 이들에게 인월장은 어릴적 추억을 되새기게 할 뿐만 아니라, 친환경 농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때문에 지리산둘레길이 열린 뒤 상인들의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인월장에는 무엇보다 인심이 살아 있고, 물건을 사고 파는 구수한 입담이 있다.
시인 이동순은 그의 시 ‘장날’에서 시골장터의 풍경을 이렇게 옮겨 놨다.
물건을 팔러 온 장돌뱅이가/
물건을 사기도 하는 시골 장날/
고추 팔러 온 사람이 실타래를 흥정하고/
참기름 짜러 온 사람이 강아지를 파는 곳<중략>
아마도 인월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시인의 ‘장날’ 주인공이 아닐까 싶다.
인월장은 물건을 사고 파는 역할이외에 영호남 사람들이 세상 돌아가는 소식을 접하는 곳이기도 하다.

“담 장날에도 머시기 집에서 보세나.”, “그럼세, 어여 조심해서 들어가이소...”
인월장에는 억양은 다르지만 오랜 벗을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전라도와 경상도 사돈들이 장터 주막에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인월장에서 만큼은 영·호남 지역차별이 없다.

인월장은 일년 내내 생명력이 넘쳐난다. 봄에는 겨우내 얼지 않게 땅속에 묻어두었던 가을 무, 지리산 양지에서 캔 봄 돔, 쑥 등 각종 특산품과 나물이 쏟아진다. 여름이면 감자, 상추, 방울토마토, 포도 등 농산물이 주류를 이룬다. 가을에는 콩, 고추, 과일, 버섯, 곶감, 멀리 산 넘어 바다에서 실려 온 생선까지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전통장의 풍요로움이다.

인월장은 조선시대 말부터 영호남 주민들이 농산물이나 지역 특산품과 생활 필수품을 물물교환하면서 형성되었다. 한때 전국 최대 약초 집산지로 지리산의 품질 좋은 약초를 구입하려는 상인들이 줄을 잇기도 했다.

지리산둘레길이 열리면서 인월장은 더욱 활기 넘치고 있다. 남원시는 지난해 13억원을 들여 눈이나 비가 내릴 때 시장을 이용하는 고객이나 상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아케이드를 설치했다. 인월장의 또 다른 매력은 주말장터이다. 매주 토요일마다 주말장터를 열어 관광객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주말 장터에서는 먹을거리 코너, 농축산물 판매, 다문화가정 토속음식 코너, 할머니 장터 등을 운영해 다양한 먹거리와 산나물, 약초, 흑돼지, 과일 등 농특산물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현장에서 직접 요리하는 외국 음식 다문화 먹거리 코너도 운영해 전통장터의 옛 추억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장날이 겹치는 토요일에는 각설이, 가수초청, 밴드공연 등 문화 이벤트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해 관광객과 고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내년에는 먹거리 부스 확대, 아이들이 주체가 되는 꼬맹이 장터 운영, 주부 및 여성 내방객을 위한 지리산 고랭지 농특산품 요리시연 행사, 아빠와 함께 요리 만들기 경연 등 가족단위 체험행사와 둘레길 관광객을 위한 건강장터도 준비하고 있다.

올 가을에는 눈과 입, 귀 오감이 즐거운 곳, 지리산의 정기와 고향의 정을 맛볼 수 있는 곳, 남원 인월장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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