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은 구울때 따뜻한 인간미도 품고 있어야”
  • 우용원 기자
  • 승인 2019.06.0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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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빵 온도는 사람 체온인 36.5℃이다

곤달비·약초 등 사용해 전국 최고의 건강빵 개발 등 인기
소화력 높이기 위한 쌀가루, 반죽에 우유·천연버터만 사용
“지리산 바래봉 각종 허브로 건강한 빵 만들고파”포부 밝혀

아내와 함께 사랑의 빵을 만드는 이학모 제과장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 발전에 기여한 세대, 또 IMF를 이겨내고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올려둔 세대. 이들의 어린 시절 빵은 굶주림을 이겨낸 최후의 생존권이었지만 빈부를 가른 또 하나의 서러움이었다.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무상 배급으로 옥수수빵이 지급됐기 때문이다. 한 반에 100여명의 학생이 있다면 부모가 잘 사는 학생들은 정성스러운 도시락과 우유를, 중산층 부모의 학생들은 도시락을 그리고 가난한 학생은 옥수수빵을 먹었다. 옥수수빵을 먹다 목이 매면 수돗가로 달려가 수돗물을 마셔야 했다. 자신들의 의지와 상관없이 좁은 교실에서 나눠진 빈부 격차. 

한국 사회가 발전하고 풍요로워졌지만 이들이 다시 노년이 되자 최저임금 상승 때문에 빵으로 빈부 격차의 설움을 다시 한번 체감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천원짜리 한 장이면 제과점에서 팥빵은 사먹을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천원으로 빵을 사먹을 수 가 없다. 천원으로 빵을 사먹기 위해서는 저가 제과점을 찾아 발품을 팔거나 길거리 포장마차 자판에 펼쳐진 설탕범벅인 꽈배기를 집어들어야 한다.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이 각 동네마다 자리잡고 있는 가운데 전북 남원에 대기업 빵집과 맞서 노년을 위한 건강한 빵을 800원에 파는 이학모(60) 제과장을 만나봤다. </편집자 주>

△빵굽는 작은마을 빵 특징을 소개해달라.
빵이 입안에 들어가고 혀가 닿자마자 녹는 빵. 우리 부부가 만드는 사랑의 빵 온도는 사람 체온인36.5℃다. 이것을 만들기 위해 반죽에 물 한방울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우유와 천연버터만 사용해서 12시간 자연숙성을 거친다. 흔히 빵집에서 사용하는 저가 마가린은 융점이 높아 40℃가 넘어야 녹기 시작하기 때문에 소화도 잘 안되고 느끼하다. 하지만 천연버터는 36.5℃에 녹기 때문에 원가가 비싸더라도 천연버터만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소화력을 높이기 위해 저가 밀가루가 아닌 비싼 쌀가루를 사용한다. 또 건강에 좋은 곤달비 약초까지 아낌없이 첨가한다. 곤달비는 가래와 기침을 잡아주고 당뇨와 고혈압에 효능이 있다. 또 칼슘 함량도 높아 빵과 만나면 뼈를 튼튼하게 해주고 골다골증 예방도 해준다. 40년 제빵 인생이 담긴 곤달비 빵은 남원을 넘어 전국 최고의 건강 빵이다.

△제빵을 시작하게된 동기는?
남들 보다 돈을 많어 성공하기 위해 시작했지만 빵은 구울 때 나는 고소한 향기뿐만 아니라 따뜻한 인간미도 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우쳤다.

첫 시작은 대학교 재수를 위해 서울에 올라갔다가 우연이 매형이 운영하는 제과점에서 일하게 됐다. 빵을 구울때면 향기로운 냄새가 온 동네로 퍼지자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학이 아닌 제빵 기술을 배워 성공해야겠다는 결심으로 아버지와 담판을 지은 뒤, 책을 덮고 제빵사의 길을 걷게 됐다. 면목동 거북선제과와 고려당을 거쳐 익힌 기술로 인천 만수동에서 큰 가게를 오픈했다. 당시에는 햄버가나 피자 같은 먹거리가 활성화되지 않아서 빵이 만드는 족족 팔렸다. 대학 졸업한 친구들이 직장에서 1만5000원의 월급을 받았는데, 나는 20배인 30만원을 벌었다. 그러다 아버지의 병환이 깊어져 돌봐드리기 위해 다 접고 남원으로 내려왔다. 배운 기술이 제빵이라, 남원에서 제법 큰 제과점을 오픈했다. 하지만 인구가 줄고 소비층도 자꾸 빠져나가다 보니 이제는 우리 두 부부가 직접 하고 있다. 

 

△소문난 봉사꾼동기는?
노인들을 보면 어머니나 아버지가 생각나 예상 매출보다 더 많은 빵을 굽게 된다. 그들에게 8년째 남은  빵을 가져다 드리고 있는데, 천진난만한 아이들 처럼 너무나 좋아한다. 또 어려운 사람들에게 건강빵을 건네면 작지만 큰 힘이된다. 돈 있는 사람들에게 빵은 간식(間食)이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빵이 주식(主食)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가 밀가루가 아닌 비싼 쌀가루를 사용한다.

고객은 물론 이분들을 생각하면 이윤을 위해 마가린이나 저가 재료를 사용할 수 없다. 우리 두 부부가 최저인건비도 못 챙길때도 있지만 지역 사회에 봉사한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빵을 만들고 있다.

얼마전 남원에서 권투대회가 열렸다. 침체된 권투 스포츠를 활성화 시키겠다고 지역에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 행사를 진행한다고 들었다. 나도 뭔가 도움이 되고 싶어서 곤달비 빵 1000개를 구워, 물과 함께 나눠줬다. 남원이 전북 도내에서 유일무이한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지역인데, 라면 먹고 메달도 땃는데 내가 만든 곤달비 빵을 먹고 제2의 메달리스트가 탄생했으면 좋겠다.

△앞으로 계획은?
앞으로 딱 10년. 곤달비 빵을 시작으로 남원 지리산 바래봉에서 피어오르는 향긋하고 몸에 좋은 각종 허브들로 건강한 빵을 만들고 싶다. 후계자 양성도 생각하고 있다. 간혹 청소년수련관 같은 곳에서 제빵 체험 문의도 오고 하는데, 아이들을 위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연락 달라.

시설이 떨어지고 대기업 빵집 처럼 깔끔한 곳은 아니지만 청결하고 우리 부부가 좋은 재료로만 정직하게 만들고 있으니 믿고 찾아달라.
 

 

이학모(60. 60년생)
사단법인 대한제과협회 전북도지회/남원시지부 고문 
노암마트, 빵굽는작은마을 대표
대한적십자사 남원시지부 제무국장
김주열열사 부회장
새남원라이온스 부회장
남원복싱연맹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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