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면 간이 참 잘 뱄다. 이 정도 생선구이를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남원에서 만날 줄 몰랐다. 여기서 생선구이를 주문하면 보통 4~5종류의 생선이 나온다. 갈치와 삼치, 고등어, 조기 등이다. 생선 모두 큼직하니, 겉으로도 참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젓가락으로 살살 긁어 입 안에 넣으면 짭짤한 바다의 풍미가 코끝까지 전해진다. 개인적으로는 고등어가 참 좋았다. 나올 때부터 살에서 넘친 육즙이 몸뚱아리에 가득했다. 한 입 먹을 때마다 고소한 기름이 혀 끝에서 톡톡 터졌다. 분명 질 좋은 생선이기에 가능한 풍미다. 나머지 생선도 모두 훌륭했다. 갈치도 제주도만큼은 못하지만 통통하니 살이 올랐고 삼치도 흰 살 생선의 담백함을 몸에 품었다. 조기도 똑똑 떨어지는 살이 밥과 참 잘 어울렸다. 누구한테 소개해도 괜찮을 법한 생선구이라는 게 이날 들었던 생각이다.
△ 청정 남해바다에서 건져 올린 신선함
남원에서 이렇게 좋은 생선을 공수할 수 있는 비결을 물었다. 안재권(63)사장은 청정 남해바다를 비법으로 꼽았다. 오래 전부터 전남 여수에 수산물 거래처를 마련해둔 덕에 매주 신선한 생선을 공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처음 생선구이 집을 열 때는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마땅한 거래처가 없는 탓에 주변 마트나 시장을 돌았지만 안 사장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이미 잡힌지 꽤 시간이 흐른 생선이 대부분이었고 맛도 산지만 못했다. 고심 끝에 안 사장은 직접 여수를 찾아 거래처를 뚫었다. 수산물 시장에서도 이곳저곳 꼼꼼히 따져 가장 믿을만한 거래처를 골랐다. 그 덕에 살이 꽉 차고 윤기가 넘치는 생선을 남원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됐다.
안 사장은 주방에서 일한지 올해로 35년째다. 웬만한 쉐프들 이상의 베테랑인 셈이다. 처음 서울의 한 식당에서 주방에 선 그는 설거지, 채소 손질 등을 도맡으며, 음식을 배웠다. 그러다 지금의 부인인 박춘자(59)씨를 만나 남원에서 음식점을 열었다. 워낙 부부 모두 성실했고 안 사장의 뛰어난 손맛에 매일 손님들이 몰렸다. 남들이 다 어렵다고 했던 불경기도 부부의 부지런함으로 이겨냈다. 그 결과, 안 사장이 주방에 선지 35년 만에 남원 광한루원 앞 자신의 건물에 지금의 ‘춘향마루’을 열게 됐다. 워낙 오래 전부터 음식을 해왔기에 생선구이 말고도 다양한 메뉴를 준비했다. 점심 메뉴로 안성맞춤인 육개장과 갈비탕은 매일 수십 그릇씩 팔릴 정도로 인기다. 여기에 춘향마루는 또 하나의 비장의 무기가 있다. 무려 남원 최초로 개인용 돌솥 압력밥솥은 들여와 손님들에게 최고의 밥맛을 선사한다. 갓 지은 따끈한 밥에 육즙이 가득한 생선구이를 먹어 본 손님들은 하나 같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린다.
△ “맛있었다는 말이 최고의 보람”
안 사장은 겸손하다. 훌륭한 음식을 내놓고도 그저 ‘맛있었다’는 한마디면 족하다고 한다. 계산대에 설 때 항상 심판받는 느낌이라 떨린다고 한다. 손님들이 웃으며 음식을 칭찬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단다. 35년차 베테랑 주방장이 하는 말 치고는 참 겸손하다.
안 사장은 “다른 거 다 필요없고 그저 손님들이 맛있다는 말 한마디만 해주면 그날 피로가 싹 가신다. 언제나 손님들에게 그 말을 들으려는 마음으로 항상 최고의 음식을 내놓으려고 한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 춘향마루는?
남원시 광한북로 25-5번지에 위치해 있다. 주 메뉴는 생선구이와 조림이며, 갈비탕과 육개장 등 점심 메뉴도 판매한다. 저녁 직장인을 위해 흑돼지 삼겹살과 곱창전골도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다. 불백과 불낙 등은 예약이 필수다. 한번에 최대 130명이 식사를 할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이 마련돼 있으며, 신축 건물답게 깔끔하고 정갈한 인상을 준다. 예약문의는 063-636-81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