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전북 치우친 정책…결국 동부권 경제는 '쇠락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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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전북 치우친 정책…결국 동부권 경제는 '쇠락의 길’
  • 우용원 기자
  • 승인 2019.1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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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지리산 권역 지자체 중심지인 남원시… 인구감소·고령화로 소멸도시 우려

남원 전체 가구수 대비 빈집 비율 10~15%… 국토연구원, 올해 남원시 고창형 축소도시 분류
공무원 1082명, 타거주자 등록 31명 뿐… 상인들 “위장전입 의심, 거주지 유도대책” 마련 주장
인구붕괴·젊은층 이탈… 소비자가 사라져가는 상권, 물가 하락으로 최후의 생존 방안 선택

남원시 전경
남원시 전경

지방도시의 인구감소는 고령화를 비롯한 경제, 산업, 농업 등의 몰락도 함께 안고 있다. 전북 도내 市 규모의 도시들은 서부 평야지대에 몰려 연계된 반면, 남원시만 외로이 동부권 지리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 남원은 지리산 권역 지자체들의 중심지였다. 하지만 전북은 서부권 개발에 치우친 정책과 지원 때문에 동부권 중심지였던 남원은 어느새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특히 새만금에 쏟아부은 세금과 정책 반 만큼이라도 동부권에 지원이 됐다면 남원은 광역시 규모로 도약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임순남타임즈에서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소멸도시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재촉하는 남원의 생활을 밀착해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남원 동충동, 하정동, 죽항동을 넘어 도통동의 상가 건물도 텅텅 비어 가고 있다. 상권 활성화를 위해 여러 가지 정책을 실행해 보지만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상인들은 거주인구 및 유동인구 감소 때문이라고 지목했다. 2017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 주택부문에 따르면 남원 전체 가구수 대비 빈집 비율은 10~15%다. 국토연구원도 올해 남원시를 고착형(어떤 상황이나 현상이 굳어져 변하지 않음) 축소도시로 분류했다.

한 상인은 "부부 공무원 연봉이면 남원에서 웬만한 중소기업 순이익이다"라며 "이런 소비 큰 손들이 남원이 아닌 다른 도시에 거주하면서 이곳에선 돈만 벌어가고 있다. 출근시간대 남원역이나 고속버스터미널 가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31일 오전. 임순남타임즈 취재진은 발걸음을 남원역으로 옮겨봤다. 남원역에는 이른 오전 시간대인데 도착 열차에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의 분주히 향한 곳은 다름 아닌 남원시청. 대다수가 전주시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남원시의 공무원 수는 이날 기준 1천82명. 남원시는 "주민등록상 31명의 공무원만 다른 지자체에서 거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상인들은 "우리들이 (다른 지자체에서 출퇴근 하는 공무원) 아는 공무원만해도 100여명이 넘는데, 31명은 조사가 잘못됐다. 위장전입이 의심된다"며 "개개인의 사정이 있는 만큼 공무원 거주지를 무조건 남원 시내권으로 옮겨라 강제할 순 없지만 유도대책을 마련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이들 공무원 수가 인구 붕괴를 뒷받침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안정적이고 큰 소비자인 이들조차 남원 경제를 지탱하지 못하게 되자 젊은 층들이 일자리를 찾아 하나 둘 빠져나가고 있다.

소비자가 사라져가는 상권에는 덩달아 판매 가격 또한 내려가고 있다.

한국의 쇠퇴지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12
한국의 쇠퇴지역, 한국지방행정연구원, 2012

경제 전문가들은 "남원의 생활 물가 하락은 판매자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가격 내림 현상이 아닌 생존을 위한 최후의 방안이다"고 말했다.

남원 行 통근열차를 타고 출근한 공무원들은 퇴근 시간 전까지 남원을 위해 일한다고 한다. 이들은 점심시간이 되자 인근 식당을 찾아 시청 밖으로 몰려 나갔다. 한 공무원 무리들이 향한 곳은 육개장 집. 이곳의 한우 육개장 가격은 5천원이다. 수제 돈까스도 5천원, 비빔밥은 4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육개장 집 건너편 커피숍은 문 닫은 지 수개월 째. 한 공무원은 커피 가격이 3천원으로 비쌌다고 했다. 인근에 새로 오픈한 한 커피숍의 커피 한잔 가격은 1500원이었다.

이곳에서 식사를 마친 그는 새로 오픈한 커피숍에 들려 커피를 사서 다시 시청으로 향했다.

한 공무원은 "요즘 경제도 어렵고 전주에 새로 산 아파트 대출을 갚으려니 돈을 아껴야해서 간단히 때워도 되는 점심을 싼 곳을 찾아 먹고 있다"고 말했다.

퇴근시간이 다가와 이번엔 남원버스터미널로 이동했다.

남원버스터미널에 퇴근 시간이 다가오자 다시 성인 남녀들로 가득찼다. 이들은 능숙하게 버스에 몸을 싣고 떠났다.

이들이 떠난 남원에는 어둠이 몰려오자 더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낮에 돌아다니던 관광객도 사라져 유동인구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퇴근 시간인데도 시내버스에는 학생과 노인 몇몇만 눈에 보였다.

전주혁신도시에서 출퇴근 하는 한 공무원은 "내가 집에 도착하기 전까지 아이들은 학원 3~4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저녁은 어쩔 수 없이 외식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전주혁신도시의 한끼 식사 평균가격은 8천원. 학원비는 1곳당 평균 25만원 수준이다. 이날 전주혁신도시의 한 피자집은 2~3만원 짜리 피자를 사려는 부모들로 붐볐다. 이곳 종업원은 "주문이 너무 밀려서 1시간 가량 기다려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임순남타임즈 취재진이 같은 시간대 노암동의 한 제과점으로 발길을 돌려보니, 진열대에 팔고 남은 빵으로 가득했다. 마감시간이 되서 할인 판매를 시작하자 나이가 지긋한 노인들이 하나 둘 들어와서 빵을 사갔다. 이후 제과점 주인 J씨(가명)는 판매하고 남은 빵을 포장하고 있었다. 그는 이 빵을 어려운 이웃에게 매일 전달한다고 했다.

그의 제과점은 종업원 고용없이 부부끼리 운영한다고 했다. 이들 부부는 하루 11시간 근무하지만, 실제 수입은 최저임금의 20%도 손에 못 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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